부산 영화제의 의미
언론 기사를 보아하니 부산 영화제가 끝이 났다고 한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를 지향한다는 부산영화제, 이젠 그 규모로 보나 스폰서의 크기(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로 보나 예전에 내가 알던 부산 영화제의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것 같다.
항상 부산 영화제가 끝나면 잡음이 흘러나온다. 올 해만 해도 영화제 첫 날 부터 영화음악의 거장 에니오 모리꼬네를 불러놓고 그를 푸대접하는 바람에 초청한 거장의 기분만 나쁘게 했다거나, 대선 후보란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레드 카펫 행사에 끼는 바람에 영화제의 시작부터 그 분위기를 완전히 잡치게 했다는 등의 사건이 속속 언론을 탔다.
부산에 가보진 못했지만, 시작부터 이정도였다니 영화제 동안 다른 작은 문제들도 많았을 것이란게 눈에 훤히 보이는 듯 하다. 올해 12회째 였다는 부산 영화제, 이쯤이면 그 존재 의의를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부산 영화제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걸까?
부산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부산에서 영화제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시아 최고던 아니던, 필름 마켓팅을 위한 전초기지가 되던 말던,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부산에서 영화제가 열린다는 거다. 부산이라는 곳이 대한민국의 제 2 도시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 지리적인 문제 등등으로 인해서 문화적으로 별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나마 블록버스터 류의 영화는 부산에 진출한 각종 멀티플렉스를 통해서 다른 곳과 동일하게 상영될 수 있지만, 이 정도를 제외하곤 부산에서 벌어지는 문화행사라는게 숫적, 질적으로 매우 부실하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나마 우리나라에 몇 없는 예술 전용관이라는 곳도 대부분 서울에 있고, 국립 영상원을 비롯한 영화 관련 각종 기관도 모두 서울에 있다.
부산에 가보면 알겠지만, 부산에선 젊은 사람이 할 일거리가 별로 없다. 당장만 봐도 큰 회사가 없으니 기본적으로 대학을 졸업해도 부산에선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울산이나 포항만 해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부산엔 그럴 만한 회사도 없다(얼마전 삼성에서 의욕적으로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으나 엄청난 부실만 남기고 손을 땠다).
이런 부산에서 영화제가 열리니까, 부산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 행사의 분위기라던가 짜임새가 어떻건 간에 일단 참가하고 보는 것이다. 일년에 딱 한 주 동안 부산 사람으로 맛보기 힘든 호사를 누려본달까?
즉, 부산 영화제는 영화 예술적 측면이나, 산업적 측면을 그 존재의의로 내새우곤 있지만 그것 보다는 부산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잠시 해소해주는 측면이 중요한 영화제가 아닐까 싶다. 쓸데 없이 규모를 늘린다거나, 별다른 연관성 없는 영화를 트는 것이 비판적으로 보이면서도 또 비판할 수 없는 것도 이때문이다.
나같은 서울 사람의 입장으로도 부산에서 이런 행사가 일년에 한 번이라도 열리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이런 행사가 아니라면 여름에 해운대로 해수욕을 가는 것을 제외하곤 어찌 부산에 가볼 생각이라도 하겠는가?
좀더 자신의 존재 의의에 솔직해질수록 부산 영화제는 발전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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