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1호점의 폐점
맥도날드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게 1988년이었다. 올림픽이 열리기 몇 개월 전이었다. 맥도날드는 자신의 첫 매장을 압구정동에 냈다.
맥도날드가 처음 국내에 들어왔다는 호기심 때문인지 맥도널드 1호점이 있던 곳은 개점 이후 단번에 강남의 중심지가 되었다.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어느새 압구정동은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거리가 되었다. 맥도널드 1호점은 압구정동이라는 곳이 앞으로 미국 문화로 넘처날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언젠가부터 언론 등지에서 압구정동에 대한 리포트를 쓰기 시작했다. 단지 수입 소비 문화가 한국식으로 자리잡은 것이 압구정동 문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보도는 자못 심각했다. 신세대(혹은 X세대)라는 말도 나오기 시작했다.
유학이 자율화되고 자유롭게 유학을 가기 시작하면서 미국 등지로 조기 유학을 떠났던 부유한 학생들은 방학이면 압구정동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미국에서 어설프게 배운 생활 방식을 압구정동에서 과시하듯이 소모했다.
압구정동 오렌지족이란 말이 나온건 바로 이맘때였다. 실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사람들은 그들을 욕하면서도 그들을 동경했다. 압구정동은 여전히 소비 문화의 최전선이었다.
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압구정동으로 들어오는 중요한 길목인 성수대교가 끊어짐으로써 일시적으로 경기가 주춤했지만, 이미 압구정족은 자동차 한 대쯤은 소유하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그들의 놀이 공간을 복잡한 압구정동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청담동 쪽으로 확대한다.
대형 백화점과 모델 에이전시 등이 모여있던 압구정동은 그 이후에도 여전히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었지만 다니는 사람 수로 치자면 강남역이 더 많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론 청담동이 더 각광을 받는다.
2007년 맥도날드 1호점이 문을 닫았다. 한끼를 3000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파격적인 가격을 걸어도, 24시간 문을 열어도 맥도날드의 인기는 예전만 못했다. 굳이 압구정동에, 맥도날드에 가지 않아도 미국의 문화는 어디서나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맥도날드 1호점이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는 오늘 아침 그 앞에 가보았다. 이미 가게는 철수 중이었다. 이 자리에 어떤 가게가 들어올 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요즘 인기있는 커피샵이나 스포츠 용품점이 들어오리라.
압구정동(근처)에서 여러 가게가 철수했던 이야기(뮤직 라이브러리, CGV Joycube 논현점)를 이곳에서 했다. 그러나 맥도날드 1호점의 폐점은 그 어떤 가게의 폐점보다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장사가 좀 안된다 하더라도 미국 시애틀에 있다는 스타벅스 1호점 처럼 압구정동 맥도날드 1호점도 끝까지 버텨 주리라 생각했는데, 문을 닫는 것을 보니 약간 아쉽기도 하다. 아무리 미국 것을 빼다 박아도 서울은 미국과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소멸한 맥도날드 1호점을 추억하며 글을 남겨본다.
p.s. 맥도널드가 아니라 맥도날드가 정확한 한글 상표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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