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만능
오늘로 말 많던 한미 FTA가 타결되었다. 한쪽에선 분신을 하고 한쪽에선 잘했다고 박수를 치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 함부로 이야기하기가 꺼려진다. 적어도 국내에선 비밀 협상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에 어떤 딜이 서로 오고 갔는지도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뭐, 안봐도 비디오라고, 정부는 알아서 미국에 벅벅 기었을테고, 밝게 웃음 지으며 협상장을 나서는 미국인들의 얼굴이 말해주듯이 미국의 요구는 대부분 관철되었을 것이다.
협상의 진행 최고 담당자들이 같은 학교 동문이라는 이야기가 언론에서 흘러나왔다. 김현종씨와 미국측 대표가 같은 콜럼비아 로스쿨 출신이란다.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것은 둘다 변호사(아마도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이 있을게다)라는 거다.
협상으로 먹고사는 변호사들이 국가적인 중대사의 협상 당사자가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들은 사람을 죽이고도 멀쩡히 무죄판결을 받게해주고, 사기를 치고도 그것을 정당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법은 정의가 있을지언정 변호사에게는 정의란 클라이언트의 이익안에 있다. 한마디로 그들은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위해선 무슨 일도 할 수 있는 부류다.
이런 사람들이 한 나라의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의 이익이 걸려있는 협상을 진행한다는거다. 원칙적으로 미국측의 클라이언트가 다국적기업과 이를 대표하는 미 정부라고 한다면 국내의 클라이언트는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협상이 돌아가는 꼴을 들어보자니 대한민국의 클라이언트는 국민이 아니라 몇몇 이익집단에 불과한 것 같다.
실제로 이번 협상 결과 FTA로 미국 국민들은 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다. 당장 의약품, 의료보험, 책값, 등등등이 올라가게 생겼다.
형사 재판이 진행중이라고 하자. 피고가 된 사람이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 피고는 무죄를 주장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가 녹녹하지 않다. 이쯤에서 변호사가 일을 시작한다. 영화에서 처럼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유죄 선고를 받기로 하고 타협한다(대부분은 현실적으로 계속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법이 실제적으로 평등하지 않은 입장에서 그나마 변호사라도 있으니 형량이 줄었다고 말할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 경우 무죄인 사람이 협상의 과정을 통해서 유죄가 되버린다는게 문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얼떨결에 FTA라는 것이 생겨서 여러모로 살기 어렵게 되었다. 협상 조항을 듣고 있자니 일반 국민들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재벌 총수나 거기에 녹을 먹고 사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나 이득이 될까?
재판으로 비유하자면 무죄의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고 집행유예를 받은 것 같다. 국회의원이 비준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해주지는 않을테고, 국민은 어쩔수 없이 협상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쯤이면 소송을 부추기는 변호사들의 농간에 놀아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불합리한 세상탓을 해야하나. 변호사들은 어떻게 되던간에 협상이 이뤄지면 이득을 본다. 변호사 불패, 만능이다. 하긴 우리나라 대통령도 변호사 아닌가. 말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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