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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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아니 10년도 넘어서 내가 대학교 2학년을 휴학하고 있을때,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당시는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약간의 기간이 남아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시간이 남는다는 핑계로 여자 친구의 리포트를 대신 써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 때 내가 그녀에게 대신 써 주기로 약속했던 리포트는 영문학 고전 소설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문을 쓰는 것으로  베오울프라는 영국 고대 소설과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그 대상작이었다.

서점에 가서 두 권의 책을 모두 사긴 했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책을 읽어보지 못했고, 여자친구와 싸웠던 핑계로 결국 리포트를 쓰지 않고 군에 입대해버렸다.



어제 오랫만에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워킹 타이틀에서 만든 오만과 편견을 봤다. 알고 지내던 J가 코엑스 어딘가에서 알바를 한다길래, 겸사겸사 가까운 극장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본 것. 요즘 극장을 통 가질 않아서 볼만한 영화가 많았으나 영화의 선택은 J의 의사대로 오만과 편견을 선택했다.

영화는 지루했다. 워킹 타이틀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길래, 그네들 특유의 코미디가 숨어 있을 줄 알았으나, 영화는 충실하게 원작을 재현하는 수준이었다. 워킹 타이틀 영화라면 무조건 재미있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은 오만이었다.

영화가 끝나니 새벽 12시 45분. 보통은 코엑스 앞에서 J와 헤어지고, 집에 오는 택시를 잡아타고 오는게 상례인데, 그날은 택시를 타고 J를 집앞까지 따라갔다. 내 평생 안하던 누구를 데려다 준 셈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내가 왠일로 안하던 짓을 했나 생각을 잠시 해봤다. 특별히 J와 사귀는 것도 아니고 가끔 영화를 본다거나 술을 마시는 사이인데 내가 별 거리낌 없이 J를 집까지 데려다줄 생각을 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J는 작년 말에 한 차례 보고 처음 본 것이었는데, 세달만에 외형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방흡입술을 한다고 하더니만, 허리가 가늘어지고, 얼굴살도 쪽 빠져 있었다. 원래도 작고 오목조목한 미인형이었으나, 몸매를 좀 교정하니, 예전의 모습과 확실히 달라있었다. 옥주현이 살빼고 이뻐진 그런 느낌이랄까?

따지고 보니, 내가 J에게 보여줬던 최상급의 호의는 그녀의 미모 때문이었다. 나라는 인간도 참 대책이 없구나! J의 입장에서 보면 성형수술로 남자의 호의까지 얻어냈으니 일석 이조의 효과를 본 셈. 연예인들이, 혹은 일반인들이 왜 그렇게 다이어트나 성형수술에 매달리는지 내가 증명해 보인 꼴이었다.

어제 본 영화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에 대해선 확실히 알게해준 영화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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