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왼쪽 어깨가 뻐근하다. 특별히 왼쪽으로 무거운 것을 들었다거나 아니면 무거운 것을 움직인 것이 없는데 그렇다. 가장 의심이 가는 것은 왼손으로 약간 무거운 듯한 트랙볼을 잠시 굴렸다는 것.
개인적으로 작년에 산 여러가지 입력기기 중에 트랙볼이 있다. 트랙볼의 전설이라는 로지텍의 마블 FX까지는 아니지만 트랙볼의 최고봉이라는 켄싱턴의 익스퍼트 마우스가 그것으로 집에는 5.0 버전을 사무실에는 7.0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켄싱턴의 트랙볼이라는 게 대단히 편한 기기이긴 한데, 인체공학적으로 봤을때 5.0 버전은 약간 어깨가 아플 소지가 있을 만큼 굴리는 볼이 무겁다. 켄싱턴 익스퍼트 마우스 5.0 버전은 나온지 10여년은 된 듯한 오래된 모델이지만 그 만듦새 하나는 최고. 하여간 작넌에 한참 이것 저것 많이 사들일 때 샀던 물건이다.
사무실에 있는 7.0 버전은 광학식 트랙볼로 공의 굴림이 무지하게 가볍다. 처음에는 너무 가벼워서 불편하다 싶었는데 요즘은 너무나 그것이 너무나 편안한 것이란 것을 집에 있는 5.0 버전을 쓰면서 느낀다. 5.0 버전은 기계식 트랙볼로, x축과 y축의 베어링을 당구공과 같은 규격(과 무게)의 트랙볼로 굴리는 구조라서 그 볼 굴림에 힘을 좀 써야한다.(혹자는 그 굴림의 손맛이 광학식 트랙볼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게다가 책상과 의자의 높이가 정확한 어거노믹스(ergonomics)에 맞지 않으면 - 장동건이 무슨 광고에서 에고노믹을 어거노믹이라고 발음하더라 - 그 팔의 근육의 피로도는 배가 된다.
원래 마우스는 어렸을 적부터 오른손으로 움직이던 버릇이 있었는데 트랙볼은 왼손으로 움직이다보니 안 쓰던 근육을 쓰는 꼴이 되어서 금새 어깨가 피로해진 것 같다. (쓰고 보니 어깨의 뻐근함의 이유는 역시 트랙볼 때문이었다)
하여간 기계식 트랙볼과 어거노믹스(야후 사전에 링크된 미국인의 발음을 들으니 어거노믹스가 맞는 발음이었다! 역시 국보급 스타 장동건은 영어도 잘하는군)가 문제 - 가장 편안한 자세는 트랙볼을 굴리는 손과 어깨가 ㄱ자가 되어야 한다 - 인지 어깨가 뻐근하다. 이런 서두가 너무 길었다. 논술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서두인가 싶기도 하지만 하여간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어깨에 대한 것은 아니라는 것. 진짜는 다음 문단 부터다.
오늘은(이 글을 두드리고 있는 지금 시간은 이미 자정이 넘었긴 하지만) 보통의 일요일과는 좀 달랐던 하루였다. 아침에 집에 나와서 교회로 직행하지 않고 DVD 대여샵으로 직행 했던 것부터, 하이마트에서 노트북도 구경했고(잠시 직원의 설명까지 받았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1층 거의 앞자락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예배에 참석했으며, 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스테이크와 립을 먹었다. 게다가 저녁때 티비를 보지 않고 한참 자다가 자정에 다다러서야(차 소리가 밖에서 들리는 것을 듣고 아침인 줄 알았다) 일어났다.
먼저 DVD 대여점 갔던 것 부터. 우선 DVD 대여점 이야기이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DVD 대여점이 CGV Joycube 논현점이다. 예전에 씨네시티쪽을 걷다가 큰 간판이 보이길래 산보하는 셈 치고 걸어가보니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만 가득 팔고(대여하고) 있는 멀티 스토어가 있었다.
원래는 C3 cube였는데 내가 이 샵을 알게 된 이후로 CGV측에서 이곳을 인수해서 이름이 CGV Joycube로 바뀌었다.(예전에는 1층과 2층 건물이 모두 DVD와 비디오, 여기에 약간의 책과 잡지, 개 밥과 개 악세사리까지 팔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1층은 식당이 되었고, 2층만 그런 일을 하는 스토어로 운영한다.)
하여간 과거 몇 년 간 내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스토어중 하나가 이곳인데, 오늘 약간 어처구니없는(영어로는 이런 상황을 absurd라고 한다) 경험을 했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오랫만에 들른 CGV Joycube에서 DVD 2장을 빌려 나오려던 때였다. 요즘 영상 생활에 뒤처져서 그런지 많은 볼만한 DVD가 출시되어 있었다. 그 중 대여료도 싸고 - 구작의 경우 매우 싼 가격에 대여해준다 - 그동안 별뤘던 DVD 두장을 빌렸다. 하나는 70년대 시리즈물을 벤 스틸러와 오웬 윌슨 콤비가 리메이크해서 영화로 만든 스타스키와 허치, 또 하나는 명성에 비해서 애정이 덜가는 - 정성일씨 표현 스타일로 말할 것 같으면 저주받은 - 아티스트인 김기덕 감독의 깐느 감독상 작품인 빈 집.
룰루랄라 기분 좋게 카운터에서 내 카드를 건내고 대여기일을 정한 다음 요금을 치루는데, 이곳을 관리하는 직원이 회원카드를 찍더니만 대뜸 "스타스키와 허치는 전에 빌리셨는데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 내가 빌렸던, 샀던 물건들이 모두 기록이 CGV Joyube 서버에 기록이 되어 있던거였다. 데이터 마이닝을 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되었지만 - 이곳에선 무엇을 빌리고 안가져가도 전화 한번 제대로 오지 않는다 - 그래도 내 취향이 그대로 나타나는 대여목록이 남의 컴퓨터에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고 있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진작에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막상 그것을 경험하니 문제점을 알게 된 꼴이었다.
하고 싶은 말의 1/10도 제대로 못했는데 벌써 새벽 한시가 다 되어간다. 블로그를 쓰던 사람이 파드캐스팅을 하는 이유를 알 듯 하다. 말로 하면 간단히 표현 할 수 있는게 글자로 만들려니 힘이 많이 든다.
눈이 침침해지고, 목이 말라와서 일단 2006년 2월 12일 일요일의 단상을 기록하는 것은 잠시 중단(혹시 내일 여력이 남으면 계속 쓰겠다.)하겠다. 와 이것만 해도 엄청난 분량이군.
이어서DVD를 대여하고 내가 들른 곳은 하이마트. 안세병원 4거리에 있는 하이마트 신사점(?)이다. 이곳은 원래 중국성이라고 대형 중국 음식점이 있던 곳인데, 언젠가부터 하이마트로 바뀌었다.
하이마트에 들른 이유는 사촌 동생이 노트북을 한 대 사려는데 추천을 해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전자제품이야 이젠 인터넷으로 사는 것이 가장 싸고 빠르지만, 사실 여러가지 면에서 불안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노트북 같은 경우만 해도 가격으로만 따진다면 용산 선인상가가 가장 싸지만, 이곳은 시간적으로나 편의상으로나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내가 컴을 사는 것도 아니고 간단한 인터넷 이용등을 위해서 컴을 사용한다는 사촌동생에게는 A/S가 잘되고 거래 신용이 있는 곳에서 약간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라도 구매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일전에 사촌 동생에게 연락이 왔을때 하이마트에 가서 노트북을 하나 골라보라고 했었다.
막상 직접 보니 내가 컴퓨터 가격비고 사이트등에서 봤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 삼성 노트북의 경우 가격과 성능(적어도 스펙에 나온)은 만족스러웠으나 액정 화면이 어두웠다. 옆자리에 있던 후지쯔와 LG Xnote 노트북의 액정( 그래봤자 해상도가 1024*768 밖에 되지 않긴 하지만)이 직원의 설명대로더 밝고 선명했다.
사촌동생에게는 LG Xnote의 LE-50 기종을 사라고 연락해줬다. 사촌동생이 말했던삼성의 2기종은 액정 화면의 밝기에서 너무 어두두워서 제외. 가격도 저렴해서 소위 말하는 다나와 최저가보다도 싸거나 비슷한 정도.
앞으론 진짜 하드코어 컴퓨터 매니어가 아닌 하에야 이런 양판점에서 쉽게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긴 했다. 이젠 컴퓨터도 소모품화 되는 것 같다.
하이마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하나 있다. 바로 요즘 티비에서 자주 나오는 그 CF. 하이마트는 전통적으로 뮤지컬 비슷한 분위기로 광고를 찍는데 이번에 나온 CM송은 그 유치함의 강도가 가장 세다.
아무리 이지훈이 망가졌다지만, "컴퓨터, 컴퓨터 어디서 사야하나?" 하면서 춤을 추는 장면은 정말 요즘들어 최고로 웃기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자기 스스로도 이런 CF를 하는 것이 좀 부끄러울 듯.
저녁에는 부모님과 학동 4거리에 있는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오랫만에 와보는 아웃백 이었고 오랫만에 갖어보는 부모님과의 식사였다. 계산은 어머니께서 한다고 하셨으나 마침 지갑속에 5만원짜리 신세계 상품권을 발견해서 그것을 계산에 보탰다.
여기서 가장 맛있는 메뉴는 누가 뭐래도 전체 요리로 주는 빵이다. 도대체 어디서 이 빵을 사가지고 오는지 아웃백 스테이크의 빵은 그 어느 곳의 빵보다 맛있다. 설마 이것까지 외국에서 수입해오나? ( 이 빵은 일단 하나를 주는데 더 달라고 하면 더 준다.) 하여간, 가게 이름에 스테이크가 들어간 패밀리 레스토랑 답게 이곳의 스테이크는 맛이있다. 어제 먹었던 것은 꽃등심 스테이크(영어로 뭐라고 했는지는 잊어먹었다)로 역시 만족스러웠다.
신세계 상품권이 현금으로 통용 되는 것을 볼 것 같으면(혹시 아니면 말씀해주시라)아웃백 스테이크의 한국 모회사는 신세계 그룹 소속인 듯 하다. 원래 이 브랜드의 프렌차이즈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디선가 읽었던 잡지 기사에 의하면 이 브랜드는 한국에서 유독 잘나간다고 한다. 잡지에서 한국 아웃백의 성공 요인으로 꼽은 것이 전체요리와 한국에 차별화 된 메뉴, 그리고 무릎을 꿇는 아주 친절한 서비스였다.
아웃백 스테이크의 전체 요리 - 좀전에 말한 빵의 맛이 뛰어난 것은 알겠으나 나머지 두가지가 그들의 성공을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하지 못하겠다. 메뉴라고 솔직히 그렇게 특이하다는 느낌은 가지지 못했고,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다.(단지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다고 좋은 서비스는 아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은 보통 비싼 가격에 비해서 먹을 만한 메뉴가 별로 없다. 아웃백의 성공요인은 아무래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아니 익숙한 스테이크란 메뉴에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스테이크란 음식은 묵직한 고기를 자르고 씹는 그런 시각적 소화적 포만감이 있는 음식이다. 일단 적당한 맛만 제공한다면 실패할 수 없는 메뉴다. 먹고나서 배불렀던 기억도 있겠다, 다음 번에 이런 류의 레스토랑을 다시 찾을 때는 아웃백 스테이크로 다시 올 확률이 높아지는 거다.
주절주절 두서없이 일요일 하루의 단상을 적어봤다.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길게 오랫만에 글을 써본다는게 정신적 포만감을 주는 듯 하다. 텍스트가 길어져서 링크를 걸만한 것이 많았으나 일단은 그냥 둬야겠다. 나중에 생각나는대로 이 텍스트를 하이퍼텍스트화 시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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