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축구
어찌어찌하여 새벽2시 30분에 잠을 깨어 있었다. 티비를 켜니 쿠웨이트와의 경기를 이미 시작하고 있던 중이었다.
경기는 루즈(loose)했다. 전반 초반에 박주영이 천재성을 발휘해서 골을 넣는 바람에 쉽게 경기가 풀렸다. 한국 특유의(히딩크가 완성해놓은) 압박 이런 것은 없었으나 쿠웨이트 팀도 별로 그것을 이용할 만한 집중력이 없었다. 며칠전 감독이 교체되었다는 것으로 보아(해설자 말로는 아직 감독이 계약서에 도장도 찍지 않은 상태란다) 이쪽 팀분위기도 나쁘면 나뻤지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두번째 이동국의 페널티킥으로 쿠웨이트의 전의가 상실되자, 관중들이 물병과 시멘트 조각을 던지면서 팀을 도와줬다. 그러나 전반전 끝날때까지 쿠웨이트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전 초반까지 잠시 보다가 3대 0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 티비를 껐다. 한국팀이 이기거나 비기는 것은 확실해보였고, 경기가 더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아침에 인터넷으로 확인한 결과는 4대 0의 한국 승리. 티비를 크고 좀 지나서 바로 박지성이 한골을 더 넣었다고 한다. 한국은 6회 연속으로 월드컵에 진출. 무능한 본프레레는 재수가 좋은지, 당분간은 그를 비난하는 소리를 안들어도 되게 생겼다.
경기를 보며 들었던 몇가지 생각들이 있어 정리해본다. 먼저 박주영. 천재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보통은 두세번 완벽한 기회를 놓치고 겨우 골을 넣는 한국 골잡이들과는 그 근본이 달라보인다. 이동국이나 고종수, 이천수등과 비교해도 그들이 그나이 또래의 실력, 아니 지금의 실력보다 더 낫다.
차두리는 오늘도 오른쪽 포워드로 출전. 역시나 제대로 돌파나 크로스를 한번도 올려주지 못했다. 성질이 좀 더러운지, 전반 초반에 옐로우 카드를 받더라. 차두리라는 이미지(아버지 차범근의 선한 이미지와 이름이 주는 참신함)는 실제의 그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게 아닐까 싶다. 그의 실력도 과대평가 받는 마당에 이미지야 말할것도 없지(국가대표 주전 포워드를 할 실력은 아니라고 본다). 최태욱, 이천수, 설기현, 정경호보다 차두리가 뛰어난 것은 유명한 아버지를 두었다는 것 밖에는 없어보인다.
본프레레가 맨날 욕먹는 이유중 하나가 이영표를 자기 원래 자리에서 빼고 김동진을 넣기 때문이다. 김동진은 좀 불쌍한 면이 없지않아 있는데, 그가 서울FC나 청소년팀등에서만 뛴다면 지금처럼 욕을 먹을 실력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말그대로 세계적인 플레이어인 이영표가 버티고 있는 마당에 그의 왼쪽 윙백 플레이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는 실수를 안하기 위해서 백패스를 자주하고 오버래핑을 않하는 것으로 보이나 그정도라면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돌릴 이유가 전혀 없다.
쿠웨이트의 팀분위기가 별로 안좋고 집중력있는 경기를 하지 않아서 새벽의 경기는 손쉽게 이겼다. 하지만 이정도의 실력으로는 8월에 있을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승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때야 홈경기고 이미 월드컵 예선 진출을 확정한 두나라가 루즈한 경기를 벌일테니 운빨이 좋은 본프레레는 이때도 그냥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재능있는 새로운 선수들을 자꾸 발굴하고, 히딩크가 확립한 한국 축구의 스타일을 계승 발전시킬 감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독일에서도 다시한번 파란을 일으키는게 어렵지만은 않을테다.
박지성이 이제 히딩크와 멘체스터 유나이티드행을 논의하게 생겼다.박지성 정도의 실력이라면 이제 히딩크의 품을 떠나도 되지 않을까 싶다. 단 이영표와 같이 팀을 옮기면 좋을텐데 이영표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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