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하얀거탑을 보다보면 명언이라고 할만한 절묘한 대사들이 많다. 겉으로는 의학 드라마의 탈을 썼지만 하얀거탑은 그 내용만 따지고 볼 것 같으면 어느 정치 드라마 못지 않다.
특히 야망의 화신인 주인공 장준혁의 장인으로 나오는 정한용은 그리 많은 장면에 나오지는 않지만 가끔씩 내뿜는 대사의 힘은 그 어느 배우보다 강하다. 이는 그가 관록의 연기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무엇보다 그가 실제로 정치판에 나가본 적(재경위 소속 국회의원이었다)이 있는 사람이란게 자꾸 내 머리속에 중첩되어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가 대학병원 외과과장 선거에 나간 자신의 사위를 도와주면서 한 말이다. 극중에선 역시나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결국 주인공은 투표에서 승리 그토록 원하던 외과과장이 된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볼 것 같으면 정한용의 이 한마디가 성경의 그 어떤 금언보다 적절해보인다. 정확히 따진다면야 정한용이 한 말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말이겠지만 말이다.
삼성은 주기적으로 검사들, 판사들, 국세청 간부(및 직원)에게 떡값을 주었다. 무슨 청탁을 하면서 준 것도 아니지만, 그냥 기업인으로써 음지에서 고생하는(?) 공무원에게 마음의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 보기엔 그 액수나 방법이 치사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회사답게 돈의 힘을 너무나 잘 아는 삼성이다. 상품권 한장이라도 부적절하게 받은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자신들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그들은 안다.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씨에게 남겨줄 최고의 경영자산은 결국 적절하게 뇌물을 사용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포도주 한 병이라도 뇌물을 받은 사람은 나중에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그런 노하우랄까.
정의구현 사제단에서 일부 밝힌 떡값 받은 검사 명단을 보아하니 기가 막힌다. 요즘 청문회 하고 있는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도 삼성에서 떡값주며 관리하던 사람이었다니 할 말 다했다.
왠간한 사안에는 직접 말하기를 즐겨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의 사태에 대해서 한마디 하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돈의 힘일런지도 모르겠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도 삼성으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건 나만은 아닐 게다. 아무 근거없는 뜬구름 잡는 추측이다. 하지만 정황만 봐도 어떠했으리라 대강 짐작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