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석 연휴때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추석에 시달리느니 여행을 가자는 부모님의 제의로 가게 된 것이서 별다른 준비없이 여행에 임했다. 내가 한 일이라곤 여권을 새로 만드는 정도였다.
지금까지 나에게 일본은 말그대로 가깝지만 먼 나라였다. 먼 미국 여행은 수차례 했으면서도 가까운 일본은 비행기 중간 기착지로도 한 번 방문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최근까지 수없이 본 소설, 실용서적,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 음악 등을 통해서 일본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친숙한 나라이기도 했다.
나름 친숙한 일본이건만 난 아직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 일본어를 몇 개월 배워본 적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히라가나와 가타카나가 헤깔리는 수준.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스미마셍, 아리가또가 전부였다.
이번 여행에 가장 문제가 될 법한 것도 일본어였다. 아무리 가이드가 붙고 보여주는 곳만 다니는 그런 한정된 패키지 여행이지만(부모님께서 가능하면 걸어다닌다거나 하는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셨다) 최소한 숫자라도 셀 줄 알아야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식당에서 점심을 시켜먹을 것 아닌가.
결국 일본에서 난 벙어리와 다름 없었다. 글자는 눈에 익은 한자들(국내에서 쓰는 것과는 좀 다르더라) 몇과 아직도 약간은 어색한 가타가나를 읽어가면서 대략 적응이 되었지만, 의사소통은 몸짓 손짓을 써야만 했다. 이 글의 제목이 벙어리의 눈으로 본 일본인 이유도 다 이 때문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의 처지는 영화 lost in translation에 나온 미국인들과 크게 다를바 없었다. 물론 심각한 차이가 있긴 하다. 내가 나름대로 번역된 일본 문화를 알고 있었던 것에 비해서 영화의 남녀 두 주인공이었던 스칼렛 요한슨과 빌 머레이에게 일본 문화는 애초부터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었다(이해 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언어적 측면에서 나보다 훨 나을 수도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특급호텔(동경 신주쿠에 있는 파크 하얏트)에선 최소한 영어로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결 국 내가 추석 여행중 경험한 일본이라는 것은 의사소통이 배제된 지극히 편협한 눈으로만의 기행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더라도 역시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의 힘은 100번의 간접 체험 보다 큰 인상을 주었다. 미약한 체험이었지만 이렇게 글을 써서 이곳에 올리기로 한 것도 다 이 강한 인상을 나름 정리하고자 함이다.
2.
일본은 자동차 왕국이다. 얼마전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등극한 토요타를 비롯하여 이름만 들어도 단번에 알 수 있는 회사들이 여럿 있다. 물론 그 중에서도 토요타의 위치는 각별해보였다. 토요타는 자신의 위용을 드러낼 거대한 위락시설을 동경 오다이바(보아가 백댄서와 키스하다가 걸렸다는 그곳)에 만들었다.
메가웹 스테이션은 토요타에서 만든 거대한 전시장인 동시에 위락시설이었다. 사람들은 전시장에 전시된 차를 타보고 사진 찍고 놀면서 토요타의 자동차와 가까와지는 듯 했다. 실제로 일본 도로를 가다보면 대부분이 일제 차들이고 또 토요타의 차들이 그중 다수를 차지하는 느낌이다.
재미난 건 일본 도로를 다니는 상당수의 차가 경차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차는 번호판도 다른 차와 달라서(노란색) 알아보기가 쉽다. 경차가 거의 없는 국내에 비교하면 일본은 경차의 천국이었다. 얼핏 봐서 지나가는 차량 10대중 서넛은 경차였다. 꼭 경차가 아니더라도 소위 말하는 중 대형차는 거의 구경하기 힘들었다.
보도엔 자전거가 많이 다녔다. 그 숫자만 봐도 걷는 사람 만큼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지하철 역에는 주차된 자전거가 매우 많았는데 아마도 지하철까지 자전거로 와서 지하철로 환승을 하는 사람들이 주차해 놓았으리라.
--계속 연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