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양의 원작소설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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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원래 그 원작소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략 알고 있던 바는 원작이 이청준씨의 '벌레 이야기'라는 것, 그것의 분량은 단편이라는 것 정도였다.

어제 영풍문고에 갔을때 밀양의 인기에 힘입어 그 소설이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을 보았다. 짧은 원작에 삽화가의 그림을 대폭 첨가해서 문고판보다도 얇은 책 한권이 나왔다.

한 권 살까 하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읽어도 될법한 분량일 듯 해서 그자리에서 책을 집어들었다. 영화의 인기 때문인지 내가 책을 읽는 10여분 동안 여러 사람이 책을 구경하곤 했다.

벌 레 이야기는 전체적인 구도는 밀양과는 같지만 그 세부내용은 상당히 달랐다. 일단 송강호의 존재가 전혀 없었고, 영화에선 죽은 것으로 나와있는 남편도 살아있었다. 단지 살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남편은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관찰자였다.

결말 부분도 다른 것이, 밀양에선 전도연이 자살 시도를 했다가 갑자기 삶의 의지를 느끼는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속에선 죽은 아이의 엄마가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니까 이창동 감독은 자시의 구미에 맞게 소설을 제대로 각색한 것 같다.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원작의 오리지널리티에 상당부분 기댈 수 밖에 없지만, 이창동 감독은 이청준씨의 소설을 제대로 재창조해낸 것이다.

영화와 소설의 가장 큰 차이는 그 결말이었다. 밀양이 약간의 희망을 찾았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에 반해, 소설 벌레 이야기는 아이 엄마의 자살로 (비참하게) 끝난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이해 할 수 없었던 부분이 마지막 부분이었다. 하나님도 버리고 자살까지 시도한 전도연이 어떻게 갑자기 삶의 의지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칼로 손목의 동맥을 잘랐을 때 느꼈던 원초적인 삶의 의지만으로 그동안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을까?

소설의 결말이 더 자연스러웠다고 본다. 깐느에서도 영화의 후반부가 관객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재미난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이창동 감독의 순수한 개인 창작 부분이라는 것. 결국 이창동 감독도 원작의 메시지 이상은 전하지 못한 셈이다.

영화를 보고 좀 까리하셨던 분이라면 원작을 한 번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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