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티비 오락 프로그램에 김종서가 자주 나온다. 내 기억에 김종서는 90년대 초반에 반짝 인기를 얻었던 가수로 남아있는데 아직까지도 별 히트곡 없이 간간히 티비에 나올 수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티비 오락 프로그램에선 김종서가 대단한 로커인양 대접해주지만, 솔직히 김종서 같은 이를 로커라고 불러주기엔 음지에서 열심히 음악하고 있는 진짜 로커들에게 미안하다.
단지 긴머리와 가죽바지, 샤우트 창법만으로 김종서를 로커라고 부르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 물론 김종서도 한 때는 로커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종서는 로커의 길을 그만두고 대중가수의 길을 간 것이고, 그것이 대중의 취향과 맞아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얻었던 것이다.
이 쯤에서 록이, 로커가 무엇이냐는 물음이 나올만하다. 어째서 서태지는 록이고 김종서는 록이 아닌가. 부활 시절의 히트곡을 자기식으로 줄기차게 부르는 이승철은 로커인가 아닌가. 대중가수와 로커는 무엇이 다른가.
일개 청자인 내가 말하기 힘든 문제이다. 소위 말하는 평론가들도 90년대 한참 록이 무엇인지, 록 스피릿이 무엇인지 주구장창 써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문제 아닌가.
요즘 버라이어티 쇼에서 맹 활약중인 신정환과 탁재훈 같은 연예인들이 있다. 이들은 가수로 연예인 생활을 시작했으나, 버라이어티쇼에서 인기를 얻었고, 이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한다(탁재훈의 경우 최근 영화의 단독 주인공으로까지 캐스팅 되었다고 한다).
신이나 탁이 하는게 코미디는 아니다. 음반도 간간히 발표하지만, 그 주 목적은 밤무대를 뛰기 위함이고, 일본 히트곡이나 리메이크하는(합법적으로 판권을 구입한다 하더라도) 이들을 음악인이라고 부른다는 건 문제가 있다. 그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정극 연기를 한다고 해서 그들을 배우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로커가 대중가수가 대단한 차이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로커 김종서가 불편한 이유는 그가 자신을 로커로 포장해서 자신이 대단한 무엇을 가진 존재인양 행동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록의 시절이 지났더라도 과거를 이렇게 싼값에 팔어넘길 수는 없는 법이다.
어딘가에서 진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로커라는 말을 아껴두고 싶은 건 나 혼자만의 바램일까?
